영주 소수서원을 재미있게 소설로 만들어 봤어요!
재미있게 읽고 ! 역사와 문화를 배워봐요~
가을빛이 가득 내려앉은 어느 날, 나는 조용히 영주 소수서원으로 향했다.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보다,
그곳에 깃든 조용한 숨결에 이끌린 걸지도 모른다.
단풍이 짙게 물든 서원 입구에 섰을 때, 나는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바람이 귓가를 스치며 속삭였다.
"오래된 시간이 너를 기다린다."
나는 무심코 발을 디뎠다.
"어허, 이방인인가?"
깜짝 놀라 눈을 뜬 나는, 한복을 입은 선비들 사이에 서 있었다.
맑은 물 흐르는 계곡 옆, 기와지붕 아래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주세붕 —
조선 중종 때 소수서원을 창건한 인물.
그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부드럽게 웃었다.
"서원은 학문을 닦고, 마음을 수양하는 곳이네.
여기선 세속을 잊고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지."
주세붕은 나를 '백운동 서원'이라 부르며 이끌었다.
(소수서원의 옛 이름이다.)
그는 무성한 소나무 숲을 지나,
정갈하게 정리된 강당과 서재, 그리고 작은 연못까지 보여주었다.
"이곳은 다만 책을 읽는 곳이 아니야.
하늘의 이치와 사람의 도리를 배우는, 마음의 거울이지."
그가 손짓한 연못에는 붉은 단풍잎이 소리 없이 떠 있었다.
어느 날은 이황(퇴계) 선생도 찾아왔다.
(이후 소수서원은 이황의 건의로 '소수서원'이란 이름을 얻고, 임금에게 현판을 하사받는다.)
흰 두루마기를 입은 이황은, 조용히 나를 바라보다 물었다.
"그대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매일 쫓기듯 살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황은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
"참된 삶은 멀리 있지 않네.
마음을 곧게 세우고, 사람을 사랑하며,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네."
그 말은, 맑은 물처럼 내 가슴을 채웠다.
문득 고요해졌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소수서원의 연못 앞에 서 있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단풍잎이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주세붕도, 이황도, 선비들도 모두 사라졌지만
그들의 정신과 숨결은 여전히 이곳에 살아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연못가에 앉아, 단풍잎 하나를 주워 손에 쥐었다.
‘참된 삶이란,
바쁜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소수서원은 그 작은 진리를
조용히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내 삶은
조금 느려졌고,
조금 더 깊어졌다.
- 조선 중종 때 주세붕이 창건 → 백운동서원
- 조선 명종 때 이황의 건의로 '소수서원' 현판 하사
- 한국 최초의 사액서원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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